AI도 속을 때가 있다? - 적대적 공격으로 인공지능 속이기
서론
우리는 인공지능(AI)을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신뢰하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사람 대신 운전하고, 의료 AI가 질병을 진단하며, 보안 시스템이 얼굴을 인식해 출입을 통제합니다. 이러한 기술들이 점점 더 정확하고 정밀해지고 있지만, 과연 이들이 완전히 믿을 만한 존재일까요?
놀랍게도 AI는 인간이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데이터에도 쉽게 속을 수 있습니다. 바로 '적대적 공격(adversarial attack)'이라는 개념 때문입니다. 적대적 공격은 AI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도록 의도적으로 조작된 입력 데이터를 이용하는 공격 기법으로, 최근 수년간 실험실을 넘어 실제 보안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적대적 공격이 무엇인지, 실제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그리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노력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AI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 이를 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키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1. 적대적 공격이란 무엇인가?
기계는 어떤 방식으로 속는가?
적대적 공격은 인공지능, 특히 딥러닝 모델의 약점을 공략해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미지 분류나 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 등의 AI 시스템에서 입력 데이터를 아주 미세하게 조작함으로써 사람이 보기에는 변함없는 데이터처럼 보이지만, AI는 전혀 다른 결과를 출력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공격자가 시스템의 구조를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고도화된 사이버 보안 문제로 간주됩니다. 더욱이, 이러한 공격은 AI가 예측에 사용하는 수치적 특징들 중 일부에만 영향을 줘도 전체 판단 결과를 왜곡할 수 있습니다.
사례: 판다를 고양이로 인식한 AI
2015년, 구글 브레인 연구팀은 적대적 공격의 대표적인 사례를 공개했습니다. 판다의 이미지에 사람이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의 잡음을 추가했더니, 이미지 인식 AI는 이를 판다가 아닌 '기벳(gibbon)'이라는 완전히 다른 동물로 분류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사람이 보기에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AI에게는 혼란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사례는 AI의 인식 체계가 얼마나 수치적이고 민감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또한, 이 사례는 인공지능의 추론 기반이 인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드러내 주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AI는 데이터를 수치화해 학습하고 판단합니다. 적대적 공격은 이 수치의 미세한 차이를 이용해 AI가 경계값을 잘못 넘도록 유도합니다. 딥러닝 모델은 매우 복잡한 수학적 구조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인간이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작동하며, 이 점이 공격의 주요 대상이 됩니다. 특히 고차원 공간에서의 분류 경계는 매우 얇고 복잡하여, 아주 작은 입력의 변화로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AI가 세상을 보는 방식은 통계적 경향성과 확률 기반의 추론으로 구성돼 있어, 표면적 유사성보다는 숫자 간의 차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분석
결국 적대적 공격은 AI가 가진 '수학적 민감성'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무해한 변화지만, AI의 학습 구조는 이를 과도하게 반응하게 만들어 예기치 못한 오류를 발생시킵니다. 이는 AI가 인간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로 인해 AI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실패할 수 있으며, 이는 시스템 설계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취약성은 AI 신뢰성 확보와 안전한 사회 구현을 위한 기술적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2. 보안 위협으로서의 적대적 공격
AI 보안,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적대적 공격은 단순한 실험적 장난이 아닙니다. 실제로 보안 시스템, 자율주행차, 의료 진단 등의 분야에서 악의적인 공격자가 AI의 판단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보안 위협으로 간주됩니다. 이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넘어서,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AI 보안은 점점 더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AI가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시스템에서는 작은 조작 하나가 전체 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현실적인 위협으로 간주됩니다.
사례: 자율주행차를 속인 스티커 한 장
MIT의 연구진은 도로 표지판에 작은 스티커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자율주행차가 '정지' 표지판을 '속도 제한 45'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이처럼 단순한 물리적 조작만으로도 AI의 오작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입니다. 다만 이 사례는 실제 교통사고 사례가 아닌 실험실 기반의 연구 결과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들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 위협을 미리 경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음성 인식 AI를 속이는 기술
또 다른 사례는 음성 인식 AI를 향한 적대적 공격입니다. 특정한 음성 패턴을 백색소음에 숨겨서 사람은 아무것도 듣지 못하지만 AI는 명령을 인식하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공격자는 스마트폰이나 AI 스피커에 비밀리에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사용자 모르게 금융 앱을 실행하거나 문을 여는 등의 악용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드론이나 로봇 등 물리적 기기를 제어하는 AI 시스템에 대한 공격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분석
AI가 사회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를 잡아갈수록, 적대적 공격은 단순한 해킹을 넘어서 사회적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AI의 판단을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보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합니다. 실험실 수준의 위협이 아니라, 실제 산업적 응용에서 방어 체계가 긴급히 요구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정부와 기업, 학계가 함께 대응 체계를 설계하고, 사전 대응을 위한 규범적 기준 마련도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3. AI는 어떻게 방어할 수 있을까?
적대적 방어 기법의 등장
AI 연구자들은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어 기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적대적 훈련(adversarial training), 방어형 증류(defensive distillation), 입력 정규화(input preprocessing)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AI가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견디도록 학습하거나, 공격을 탐지하고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인증 기반 방어(certified defense)처럼 공격에 대한 이론적 보장을 제공하는 방식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어 기법은 기존의 보안 기법과는 차별화된 AI 전용 방어 체계를 구성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사례: 적대적 훈련을 통한 견고성 강화
적대적 훈련은 훈련 데이터에 적대적 공격 데이터를 일부 포함시켜 AI가 이러한 변형에도 잘 반응하도록 만드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이미지 분류 AI에게 일부 왜곡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이를 정답으로 인식하게 훈련시키면, 공격에 대한 내성이 강화됩니다. 이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어 방식이지만, 여전히 모든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만능 해결책은 아닙니다. 또한 모델이 복잡해지면 학습 시간이 길어지고, 과적합(overfitting)의 우려도 함께 존재합니다.
문제는 방어도 쉽지 않다는 점
하지만 이 방어 기법들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공격자 역시 새로운 우회 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마치 방패와 창의 싸움처럼 AI 보안은 끊임없는 경쟁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방어 기법이 도입되면 모델의 성능이 떨어지거나 학습 속도가 느려지는 등의 부작용도 존재합니다. 일부 방어는 특정 유형의 공격에만 효과적이기 때문에 범용적인 솔루션을 찾기 어려운 현실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다층 방어(multi-layered defense)'와 같은 개념을 도입해 복합적인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분석
AI 보안은 기술 그 자체만이 아니라, 윤리적, 정책적, 사회적 대응이 필요한 복합 문제입니다. 기술적 방어를 넘어서, AI가 운영되는 환경에서의 규제, 사용자 인식 제고, 투명한 알고리즘 설계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신뢰할 수 있는 AI(Trustworthy AI)'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보안이 단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전체 시스템의 거버넌스 문제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또한, AI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분야일수록 인간의 감독(human-in-the-loop) 원칙을 강화하고, 정책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결론
'AI도 속을 수 있다'는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닙니다. 적대적 공격은 AI가 인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그만큼 새로운 보안 위협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AI가 의료, 자동차, 금융 등 사회 인프라의 중심으로 들어가면서, 그 취약점은 더욱 민감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실험 수준에 머물렀던 연구들이 이제는 현실의 위협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산업계에서도 본격적인 대응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적대적 공격의 위협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닌, 앞으로 계속해서 대응해야 할 장기적 과제입니다.
우리는 AI의 편리함을 누리는 동시에, 그 약점도 함께 이해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을 똑똑하게 사용하는 시대, 그 첫걸음은 AI가 언제, 어떻게, 왜 속을 수 있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또한 사용자로서, 기업과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AI를 만들고 운영하도록 요구하는 사회적 감시자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기술을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비판적 시각으로 이해하며 함께 발전시켜야 할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기술 개발자뿐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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